인터넷에서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진실보다 자극적이고 불편한 거짓말이 훨씬 힘이 세다. 그 파급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또 인터넷상의 여론을 살펴 지지세력을 세심히 관리한다.

이러한 활동이야말로 '디지털 스킨십'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의 파급력을 누구보다 잘 활용한 인물은 바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4년에 인명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며, 1997년에는 MS의 엑세스와 유사한 통합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인 'KnowHow'를 만들었다.

이 'KnowHow'는 2002년 대선 때 공식 사이트 도메인인 www.knowhow. or.kr이 되었고 후에는 국정 브리핑의 주소가 될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은 디지털 마인드를 갖춘 인물이었다.

반대로 디지털 스킨십을 간과하면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올 수 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연아 회피'사건이 그렇다. 그야말로 악의적으로 캡처한 단 몇 장의 사진으로 인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이어 해명기사가 올라왔고 악의적 편집 대신 원본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사건은 오해로 일단락됐다. 처음 '연아 회피' 이슈를 만들어 낸 네티즌들이 결국 단순 장난이었다고 밝혔지만 미흡한 해명과 뒤늦은 반격으로 유 장관은 '치고 빠지기' 작전에 제대로 당한 셈이다.

국정 운영에서도 디지털 스킨십이 부족했던 사례는 광우병 사태에서 최근 4대강 사업까지 이어진다. 터무니없는 루머들을 해명하고 치열한 물밑 작업을 벌이는 연예기획사가 모범 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은 끊임없이 홈페이지나 각종 인터넷 카페를 주시하며 인신공격과 루머를 차단하고, 사건이 터지면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인터넷에 해명기사 등을 내보내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한다.

팬클럽에서 조직적으로 민첩한 대응을 펼치기도 한다. 터무니없는 디지털 음모론은 무조건 무시, 금지, 억압하는 대신 납득할 만한 자료를 제시하고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인터넷시대에는 물리적인 하드파워 대신 '디지털 스킨십'과 같은 소프트파워가 더욱 효과적이다. 정부도 상시적인 기구를 개설해 보다 고차원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다.

쉽고 빠르게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인터넷 여론을 '디지털 마인드'로 정복할 수 있다면 디지털 세상의 가장 첨단에 서 있는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